3월 제철 주꾸미 요리 — 딱 지금 이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것들

바닷가 사람들 사이에는 오래된 말이 하나 있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 계절마다 주인공이 따로 있다는 뜻인데, 봄의 주인공은 두말할 것 없이 주꾸미다. 그중에서도 산란기인 5월을 앞둔 3월이 주꾸미 맛의 절정으로 꼽힌다. 겨우내 심해에 머물다 수온이 오르면 연안으로 올라오는 주꾸미는 이 시기 산란을 앞두고 영양분을 한껏 축적해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른다. 머릿속에는 밥알처럼 생긴 하얀 알이 가득 차고, 살은 쫄깃하면서도 감칠맛이 깊다. 3월 제철 주꾸미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손질부터 요리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했다.

3월 주꾸미가 특별한 이유 — 알배기의 계절

주꾸미가 낙지, 문어와 다른 점은 크기다. 몸길이 20~30cm로 작고 아담한 편이고, 8개의 다리 길이가 거의 고르다. 눈 아래 양쪽에 황금색 고리 무늬가 있는 것이 진짜 주꾸미를 구별하는 특징이다. 표준어는 주꾸미지만 쭈꾸미로 불리는 경우도 많다. 조선 후기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죽금어(竹今魚)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는데, 대나무가 한창 자라나는 봄철이 제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3월 주꾸미가 특별히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알 때문이다. 이 시기 암컷 주꾸미의 머리 부분에는 투명하고 맑은 색의 알이 꽉 들어차 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알이 하얗게 익으면서 흡사 밥알처럼 변한다. 입안에서 터지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독특해서 미식가들이 봄 주꾸미를 특별히 찾는 이유가 바로 이 알 때문이다. 그래서 알배기 주꾸미라는 말이 따라 붙고, 밥알 문어라는 별명도 생겼다. 알이 꽉 찬 머리 부분을 연포탕 국물에서 건져 잘라 먹는 것이 봄철 주꾸미 미식의 하이라이트다.

영양 성분 — 춘곤증과 피로회복에 이 식재료가 제격인 이유

봄이 되면 몸이 나른하고 이유 없이 피곤하다. 춘곤증이다. 이때 주꾸미가 특히 권장되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한국수산물성분표에 따르면 주꾸미에 함유된 타우린 성분은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에 달한다. 타우린은 유해한 콜레스테롤 배출을 돕고 간의 해독 기능을 강화하며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다.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양 성분효능
타우린피로 회복, 간 기능 강화, 콜레스테롤 배출, 심혈관 질환 예방
단백질·필수아미노산근육 합성, 면역력 강화, 세포 재생
DHA (불포화지방산)기억력 향상, 뇌 건강, 치매 예방
저칼로리 (100g당 48kcal)고단백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

주꾸미는 지방 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많이 먹어도 칼로리 부담이 적다. 다만 한의학적으로는 맵고 자극적인 양념에 볶아 먹으면 위와 장을 자극해 소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영양소를 온전히 섭취하고 싶다면 가급적 간을 약하게 하거나 찜, 연포탕처럼 담백한 조리법을 활용하는 것이 건강과 맛을 모두 챙기는 방법이다.

손질법 — 어렵지 않다, 이 순서대로 하면 된다

주꾸미 손질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순서만 알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흐르는 찬물에 2~3번 헹군다. 볼에 주꾸미를 담고 굵은소금과 밀가루를 넣고 박박 치대듯 주물러 씻는다. 빨판 안쪽의 이물질과 먹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헹군다. 다음으로 머리와 다리가 연결된 부분에 칼집을 낸 뒤 머리 부분을 뒤집어 안에 있는 내장과 먹물주머니를 제거한다. 알배기 주꾸미라면 이 과정에서 알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입 부분은 다리 가운데를 눌러 밀어내면 쉽게 제거된다. 손질이 끝난 주꾸미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바로 요리하거나, 데친 후 냉동 보관하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주꾸미볶음 — 가장 대중적인 방식, 포인트는 불 조절

주꾸미볶음은 집에서 가장 자주 해먹는 방식이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기반의 매운 양념이 주꾸미의 쫄깃한 식감과 어우러지는 조합이다. 포인트는 강한 불과 빠른 조리다. 주꾸미는 오래 볶으면 질겨진다. 센 불에서 1~2분 내외로 빠르게 볶아내는 것이 식감을 살리는 핵심이다. 양념은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설탕·올리고당 각 1큰술, 참기름·후춧가루로 구성하고 먹기 직전에 쪽파와 깨를 올리면 완성된다. 여기에 삼겹살을 함께 볶는 주꾸미 삼겹살은 주꾸미의 타우린이 삼겹살의 콜레스테롤을 중화시키는 영양학적 궁합이 맞아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는 조합으로 알려져 있다.

주꾸미 샤부샤부·연포탕 — 알배기를 가장 온전하게 즐기는 방법

3월 알배기 주꾸미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샤부샤부나 연포탕이 최선이다. 매운 양념에 가려지지 않고 주꾸미 고유의 달고 담백한 맛과 알의 고소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마와 국멸치로 육수를 낸 뒤 무, 배추, 버섯, 미나리를 넣고 끓인다. 여기에 손질한 주꾸미를 넣고 살짝만 데치면 된다. 너무 오래 익히면 알이 퍼지고 살이 질겨지니 주꾸미가 빨갛게 변하는 순간 건져 먹는 것이 좋다. 연포탕 국물에 칼국수 사리를 넣어 마무리하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주꾸미 숙회 — 담백함을 원한다면

손질한 주꾸미를 끓는 물에 30초~1분 데친 뒤 찬물에 식혀 초장과 함께 내면 숙회가 완성된다. 봄 주꾸미 알의 식감을 가장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데칠 때 물에 소금과 청주를 약간 넣으면 비린 맛이 잡힌다. 생주꾸미를 구할 수 있다면 먹물을 활용한 먹물볶음밥도 놓치기 아쉬운 별미다. 주꾸미를 데치기 전 먹물을 따로 빼두었다가 주꾸미를 먹고 난 냄비에 먹물을 터뜨리고 참기름을 두른 뒤 밥을 넣어 볶으면 된다. 먹물 특유의 바다 향이 밥에 스며들어 처음에는 낯설어도 한 번 맛보면 잊히지 않는다. 단, 이 방식은 생주꾸미로만 가능하고 냉동 제품은 먹물이 말라 제대로 볶을 수 없다.

좋은 주꾸미 고르는 법과 보관 팁

시장이나 수산 코너에서 주꾸미를 고를 때는 몇 가지를 확인하면 된다. 눈이 선명하고 살이 탄탄하며 흡반이 살아있는 것이 신선하다. 알배기를 원한다면 머리 부분이 노랗거나 불룩한 암컷을 골라야 한다. 머리를 살짝 눌러봤을 때 단단한 느낌이 나면 알이 가득 차 있다는 신호다. 3월 주꾸미는 어획량 변동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최근 몇 년간 어획량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시세가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당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손질 후 데쳐서 냉동 보관하면 신선도를 비교적 오래 유지할 수 있다.

3월은 짧다. 주꾸미 금어기는 매년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라 봄이 지나면 제철 주꾸미를 만날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알이 찬 봄 주꾸미가 지금 수산 시장에 올라와 있다. 춘곤증으로 나른해진 몸에 주꾸미 한 접시만큼 정직하게 효과를 내는 제철 음식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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